우측임을 자칭하고 있는 어떤 분께서 MB사퇴를 외치는 촛불집회가 실패할 수 밖에 없다며 주장하고 나섰지만 사실 촛불집회가 내세운 국민건강이나 주권논리 등등의 명분만을 두고 본다면 동의하기 힘든 일로 호응을 얻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원래 MB의 소고기 개방 문제에 대해 비판하고 나선 측의 컨텐츠들은 초기부터 일종의 논점이탈을 한 셈이라 지금 형국은 마치 어긋나버린 논의를 꾸역꾸역 끌어가고자 애쓰는 상황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소고기 개방문제에는 한가지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점이 있다.
이것은 의사결정이 되는 과정에 있어 심각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할 요소가 있기 때문인데 잠깐 배경 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FTA 선결 조건
소고기 문제는 FTA 타결을 위한 몇가지 선결 조건중의 하나였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는 바로 지난 정부나 현 정부나 이것을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미국의 반응과 우리의 대응을 놓고 보면 사실 이런 주장은 구라에 불과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2007년 10월경 한미 FTA 미국측 수석대표였던 웬디 커틀러는 "FTA 협정이 미국 의회 승인을 얻기 위해서는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시장을 전면 개방해야 할 것"이라며 운을 띄웠고 "이러한 조치가 없다면 (미 의회의) 핵심 의원들이 한미 FTA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연합 2007.10.16) (물론 그 이전에도 이런 선결조건은 꽤 이슈화 되었기도 하다.)
미국 정치상황 변화
MB당선 이후 당시 미국은 대선으로 말미암에 정치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었고 당시 (레임덕)부시 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오바마의 등장으로 미국을 상대로 한 정책 결정에 신중을 요하던 시기였다. 더욱이 당선 가능성이 점쳐지던 오바마의 경우 공공연하게 FTA 재협상을 이야기하곤 했다. (심지어 2008년 5월경 부시 정부에 결함있는 FTA라며 비준하지 말라고 요구까지 하기도 했다, 한국일보 2008.5.26)
MB의 방침
그런데 경제전문가를 사칭하고 있는 MB의 경우 FTA 미 의회 비준에 대한 기대감만을 두고 나름대로 전략적 접근을 취했던 것이 바로 소고기 수입 개방이었다. MB는 당선되고 나서 이런 의사를 밝혔는데,
"FTA는 소고기 문제가 큰 과제인데 가능하면 2월 국회에서 해결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방침"(2008.2.1 발언: 조세일보 보도 2008.2.21)
결국 이 방침대로 결국 소고기 시장 개방 결정은 이루어졌던 반면 MB가 기대했던 FTA 미 의회 비준은 오바마의 보호주의적 관점이 배제되더라도 요원하기만 하던 상태였다.
이 문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협상의 대상이 되는 상대국의 정치상황에 대한 기류변화를 외면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최종의사결정 집단에게 공급되는 전문가들의 분석과 정보는 둘째치고 간단하게 언론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들은 넘치고 있었던 터라 FTA 미 의회 비준이 난망하리라는 것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일이었다.
실패한 소고기 협상
지난 소고기 협상이 양국이 짜고 있던 FTA 협상 프레임 설정에 비추어보면 실패작이라는 것은 명백한 일이다. 그것은 현 정부가 미국이 던진 소고기 떡밥을 물어 FTA 미 의회 비준이라는 결과물을 도출시키는 역떡밥으로 활용하는데 실패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떡밥이 가지는 시의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 역시 실패했기 때문이다.
소고기 개방 문제는 당시 미국이 가진 정치적 불확실성에 비추어 본다면 추이를 보고 결정했어야 할 사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급살맞게 진행되버렸고 결국 이후 나타난 미국의 입장 변화로 말미암아 우리만 농락당한 셈이 되버리고 말았기에 정치적 관점을 취해보거나 혹은 실용적 관점을 취해보더라도 그것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는건 너무도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마땅히 이행해야할 비준 문제에 관해 의회나 시민사회나 이의를 제기하는 측은 그렇게 많지 않은 상황이다.
바꿔 말하면 미국이 내걸었던 후속조치가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있는 상태나 그렇게 되버린 상태에서 소고기 개방 결정은 그 의미를 잃을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문제제기는 없었던 관계로 정부는 의미부여를 하기 힘든 소고기 개방 결정을 재검토 하기 보다 시민사회에서 제기되었던 수입위생 문제로 인한 재협상 요구만을 성급히 받아드려 후속조치를 취했고 이때문에 오히려 미국의 FTA 재협상 요구의 가능성을 높여 놓았을 뿐더러 미 의회 비준 가능성은 더 멀어져 버렸다.
급기야 수입개방을 위해 설정했던 기준조차 다른 국가가 제시하는 개방 요구에 대한 논거로 되돌아와 결국 시비가 붙고야 말았다.
간단하게 정부가 기대감을 갖고 추진했던 정책의 산출물은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지 않으며 협상에 필요한 논리적 자산은 바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 되버렸다. 한마디로 대형사고라 하지 않을 수 없을테다.
더 황당한 것은 이렇듯 대형사고를 쳐버린 측이 한술 더 떠 다가올 재협상 요구에 선을 긋는다는 생각만으로 우리부터 비준해야 한다는 주장을 그것도 강.력.히. 해오고 있는데 이들에게 오히려 웬디 커틀러의 말과 같이 미국이 그동안 내세웠던 조건들을 근거로 미 의회 비준부터 강력히 요구해볼 생각은 없는지 한손엔 후라이판을 들고 물어보고 싶을 지경이다.

생각해보자.
FTA문제는 지난 MH정부 당시 그렇게 자신없냐는 조롱과 더불어 반대자들의 머리를 깨놔가면서까지 여야 모두 찬성했던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FTA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으며 정부나 시민사회 모두 논점을 이탈해버린 소고기 덫에 걸려 또다시 누군가의 머리를 깨놓고 있는 상황이라면 일을 이어받아 진행하고 있던 정부가 져야할 책임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더욱 당혹스러운 점은 무질서를 무기화 하여 죽기살기로 정부와 싸우는 측은 준법주의와 충돌하는 동안 이렇듯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중요한 논점을 오히려 수면아래로 가라 앉혀 버렸고 정부 역시 사회질서 유지만을 부각시켜 그 책임을 은근슬쩍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비록 지난 2008년 5월 6월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사과 형식을 취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이때까지도 MB가 가진 인식은 소고기 개방은 FTA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고 이때문에 수입위생문제를 챙기지 못했음만을 자인하는데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다. MB는 아직까지도 협상 대상국에 대한 관찰 부족과 이로인해 발생한 판단미스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도대체 소고기 내주면 미 의회비준이 될꺼라던 상상은 언제 실현 될건가?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정책 조언을 하는 전문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서도 아니며 판단에 필요한 정보들이 부족해서도 아니며 우리나라가 민주화가 덜 되서의 문제도 아닌 심사숙고라는 알고리즘을 상실한 의사결정 집단의 아둔함과 상황판단 능력의 부재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
우측을 자칭하는 어떤 분은 일반시민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일관된 주제와 집시법의 개정이 충족되지 않는 한 2009년 촛불집회는 성공할 수 없다고 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촛불집회가 성공하던 말던 위와 같은 급살맞을 미숙한 정책결정과 멜라민 표시가 왜 안되어있냐는 돌대가리 개그가 지속되는 한 이 변태적 상황은 계속되어 유권자들에게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게 되리라는 점이다.
따라서 촛불집회에서 제시하고 있는 주권 논리나 수입위생문제와 같은 관점을 취할 순 없더라도 이런 스트레스 상황을 유발시키는 근본 원인으로 머리 안돌아가는 현 정부에 대한 비판과 성토는 유효하다고 볼수 있으며 때문에 하야를 요구하거나 탄핵을 요구하는 것도 이해해볼만 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렇게 되버린건지에 대한 답도 민주주의에 대한 예의를 따지기 전에 나 뽑지 않을 사람은 투표 안와도 좋다는 그의 말을 굳이 상기 해보지 않더라도 쉽사리 찾아 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앞으로 어떤 초대형 사고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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